고금리 장기화와 경기침체로 국내 시중은행 연체율 상승 추이가 꺾이지 않고 있다. 기업은 물론 가계의 이자부담이 커진 것으로 해석된다. 연체율이 오르면서 고신용자도 대출이 어려워질 것이란 전망이다.
금융감독원이 24일 발표한 '2월 말 기준 국내 은행의 원화 대출 연체율(1개월 이상 원리금 연체 기준)'에 따르면 2월 원화 대출 연체율은 전월 말(0.45%) 대비 0.06%포인트(p) 상승한 0.51%를 나타냈다. 이는 2019년 5월(0.51%) 이후 가장 높은 수준이다.
2월 중 신규 연체 발생액은 2조9000억원, 연체채권 정리규모는 1조3000억원을 기록했다. 2월 중 신규연체율은 0.13%로 전월과 동일하지만, 전년 동월 대비 0.04%p 올랐다.
부문별로 보면 기업대출의 연체율 규모 상승 폭이 가계대출보다 컸다.
기업대출 연체율은 전월 말 대비 0.09%p 오른 0.59%였다. 대기업대출(0.18%)과 중소기업대출(0.70%)이 각각 0.06%p, 0.10%p씩 올랐다. 중소법인 연체율은 0.76%를 기록했다. 이는 0.14%p 오른 것으로 가장 큰 상승폭이다. 개인사업자대출 연체율은 0.05%p 상승한 0.61%로 집계됐다.
가계대출 연체율은 0.42%로 전월 말(0.38%) 대비 0.04%p 상승했다. 주택담보대출 연체율은 0.27%로 0.02%p 상승했고, 주담대를 제외한 가계대출(신용대출 등) 연체율은 0.84%로 0.10%p 올랐다.
금감원은 "은행 연체율은 2022년 하반기 이후 상승세를 이어가고 있지만 코로나19 이전 장기평균(0.78%) 대비로는 여전히 낮은 수준"이라며 "국내 은행의 손실흡수능력이 이전 대비 개선돼 관리 가능한 수준이다"라고 설명했다. 작년말 기준 대손충당금적립률과 총자본비율은 각각 214.0%, 16.56%로 '관리 가능한 수준'이라고도 덧붙였다.
고금리 장기화 예고에 고신용자도 신용대출 받기 어려운 상황이 지속되고 있다. 이는 은행권이 건전성 관리를 위해 대출 문턱을 높이고 있는 것으로 풀이된다.
은행업계에 따르면 지난 3월 기준 5대 은행(KB국민·신한·하나·우리·NH농협은행)과 인터넷은행 3사(카카오·케이·토스뱅크)의 가계신용대출(신규취급액 기준) 평균 취급 신용점수는 919.5점으로 꾸준히 상승하고 있다. 지난해 12월 898.6점에 비해 20.9점이나 오른 수치다.
금감원은 3월에는 연체율이 하락할 것으로 보고 있다. 통상 분기 말에는 은행의 연체 채권 정리 강화로 연체율이 하락하는 경향이 있어서다.
금감원 관계자는 "취약차주에 대한 채무조정 활성화를 유도하고, 부실채권 상·매각 등을 통한 자산 건전성 관리를 강화할 것"이라며 "대내외 불확실성이 확대되는 상황에서 대손충당금 적립 확대 등 손실흡수능력 확충을 유도하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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