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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상진의 트렌드 읽기] 휴식을 위한 소비



가로수길에 새 매장이 문을 열었다. 매장은 꽤나 멋스러운 외관을 갖췄고, 훤히 들여다보이는 내부의 상품 진열은 호기심을 자극하기에 충분했다. 새로운 건물에 시선을 맞추던 행인이 하나둘씩 걸음을 매장 안으로 옮겼다. 지하 1층, 지상 2층으로 된 매장은 트렌디한 상품으로 가득 찼다. 가로수길의 다른 매장과 차이점이라면 패션 아이템이 거의 보이지 않는다는 것이었다. '의(依)'가 아닌 '주(住)'에 초점을 맞춘 매장이었다. 침실은 물론 거실, 주방, 옷방까지 꾸밀 수 있는 소품의 천국이었다.

아파트 경기가 침체됐을 때 사업자들은 구매자에게 각종 프리미엄을 제공했다. 무료로 베란다를 확장해 준다거나, 아파트 중도금을 무이자로 대출해주거나, 주방이나 방에 빌트인 가구를 제공하거나, 헬스나 수영 같은 생활레저 시설에 대한 지원을 해줬다. 이젠 어떤 것을 해줘도 소비자 반응이 시원치 않다. 최근 한 가구 수입업체는 이탈리아에서 자녀를 위한 가구를 들여오기로 했다. 동화 속에나 나올 법한 디자인에 혀를 내두를 과학이 담긴 가구로 아이들의 방을 채우겠다는 생각이다.

애견카페가 다시 뜨고 있다. 한때 반짝했다 시들해졌는데, 이번에는 제대로 자리 잡을 기세다. 애견카페는 애견을 데리고 입장할 수 있는 카페를 벗어나 내 집에서 애견의 공간을 어떻게 꾸미고 관리해야 할지를 컨설팅해주는 공유 공간으로 바뀌었다. 애견에 대한 중요성과 가치만큼 애견의 공간과 나의 공간에 대한 어울림의 가치도 커졌다는 의미다. 애견이 반려동물로 진화하면서 산책을 위해 치장시켰던 소비가 반감하게 된 것도 있다.

트렌드의 중심이 확실히 옮겨졌다. 통상 의·식·주 중 하나가 앞장서고 나머지가 뒤를 받쳐주는데 지금은 공간의 시대라는 얘기다. 이는 소비의 기준이 타인에게 보여주고 평가를 통해 만족을 얻는 일에서 내 스스로 평가하고 만족을 가늠하는 일로 바뀌었기 때문이다. 즉, 시선이 타인을 향해 있지 않고 소비자 내면을 향해 있다는 것이다. 패션 상품이 누군가에게 보여줄 때 의미가 부여되는 것이라면 생활 상품은 내가 머물 때 스스로에게 의미가 주어진다는 얘기다.

주목할 점은 과거에는 이러한 트렌드 발생이 어려운 경기에 대한 현명한 소비에서 비롯됐지만, 지금은 패션에 대한 소비가치의 절대평가에 기인한다는 것이다. 나의 공간, 내가 안주할 수 있는 곳에 대한 치장은 곧 휴식을 위한 소비의 정점이다.

/인터패션플래닝(www.ifp.co.kr)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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