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구를 스마트폰으로 찍어 원하는 공간에 배치하고, 맘에 드는 옷 열 벌을 10초 만에 입어본다.
현실 세계에 3차원(3D)의 가상 물체를 겹쳐 보여주는 '증강현실'. 가상과 현실을 절묘하게 오가는 증강현실이 일상으로 성큼 다가왔다. 최근 영국 BBC 방송은 버스 정류장 광고, 의상 입어보기 서비스 등의 사례를 소개하며 생활 속 '입체 시대'의 서막을 알렸다.
버스 정류장의 투명한 화면에 미확인비행물체(UFO)와 로봇 군단, 거대한 '촉수 괴물'이 등장하자 시민은 보는 눈을 의심하며 감탄사를 쏟아냈다. 세계적인 음료 회사 펩시의 옥외 버스 정류장 광고에 대한 반응이다.
글로벌 가구업체 이케아는 증강현실 애플리케이션으로 놀라운 가구 배치 기술을 선보였다. 이케아의 '2014 카달로그'에 있는 가구 중 원하는 제품을 스마트폰으로 스캔, 사용자가 찍어 둔 집안 사진 위에 올리면 실제 공간에서 가구를 배치한 것과 같은 모습을 볼 수 있다. 손 하나 까딱하지 않고 가구를 거실과 침실 등 원하는 공간에서 '들었다 놨다' 할 수 있는 셈이다.
이케아의 영국·아일랜드 지역 마케팅 담당자인 피터 라이트는 "증강현실로 구현한 카달로그에 대한 소비자 반응이 폭발적"이라고 밝혔다. 라이트는 "이케아 제품 중 가장 인기 있는 90개 모델을 카달로그에 담았다"면서 "고객의 요청에 따라 향후 모델을 300개로 늘릴 계획"이라고 덧붙였다.
증강현실의 놀라운 세계를 보여주는 또 다른 분야는 패션 업계다. 소비자는 옷과 화장품을 입고 바르는 가상 체험을 한 뒤 제품을 구입할 수 있다. 화상카메라로 얼굴 등 신체를 촬영한 뒤 3D 이미지로 제작, 제품의 이미지를 덧씌우면 오프라인에서 제품을 착용한 것과 동일한 모습이다. 옷 가게에서 옷을 입었다 벗었다 하는 번거로운 과정을 반복할 필요가 없다.
증강현실은 업무 효율성도 높일 전망이다. 독일의 자동차 부품 제조 업체 '보쉬'는 창고를 관리하는 데 증강현실 기술을 이용하기 위해 테스트를 실시했다. '증강현실 안경'을 쓴 직원들이 입체 영상으로 구현된 현장에서 자재를 찾고 실시간으로 정보를 공유할 수 있도록 한 것이다. 이 테스트에서 직원들은 필요한 물건의 위치와 위험 상황을 신속하게 파악하며 현장 업무를 효율적으로 처리했다.
업계 관계자는 "증강현실을 생산 라인과 현장 감시 업무 등에 다양하게 활용할 수 있다"며 "다만 관련 기술이 아직 개발 초기 단계이기 때문에 대규모 생산시스템에서 증강현실 기술을 사용하기 위해서는 3~5년 정도 시간이 더 걸릴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