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ey 캣우먼!
예전에는 의욕이 넘쳐서 정말 하루 종일 다이어트 생각으로 운동하고 자기 전까지 신경 쓰면서 살을 뺐었습니다. 그런데 다시 살이 찐 뒤로는 '내일부터 하자' '마음 먹으면 하게 되겠지' 하고 자꾸 미루게 됩니다. 마음 속으로는 늘 날렵하고 가벼운 몸을 상상하면서도요. 어떻게 하면 마음을 잘 잡고 식이조절도 잘하게 될까요? (흑마늘)
Hey 흑마늘!
이것이 '어떻게(how) 하면 공부를 잘 할 수 있을까요' 같은 질문이라면 '그냥 하면 된다'라고 이미 답은 나와 있습니다. 방법론 역시도 덜 먹고 더 움직이는 것, 딱 하납니다. 하지만 이것이 '난 정말 살을 빼야만(why) 하는 것일까?'라는 존재론적 질문이라면 다르게 대답해드려야죠.
우선 살이 찐 것을 차별하거나 놀리는 것이 정치적으로 올바른 일은 아님에도 살 찐 상태보다는 적정 몸무게나 날씬한 몸무게가 사회적으로 살아가기에 훨씬 낫습니다. 주관적인 만족도도 큽니다. 하지만 여기서 말하는 '살아가기'가 좋아하는 이성에게 어필하기 위해, 예쁜 옷을 사 입기 위해, 남들에게 잔소리를 듣지 않기 위해 등등일 때를 생각해봐야 합니다.
이런 기쁨보다 먹는 기쁨이 내겐 더 크다고 판단될 때, 혹은 내가 살이 쪘다고 해도 그것을 만회할 만한 다른 매력적인 요소들을 가지고 있다는 확신이 있어서 오히려 살이 찐 것이 사랑스러운 개성이 된다고 하면 굳이 스트레스를 받을 이유야 없겠지요. 당신은 정말 살이 찐 것에 대해 스트레스를 받고 있는지, 아니면 스트레스를 받아야 한다는 당위에 눌리고 있는지요?
살이라는 것은 의식적으로 빼지 않는 한 절대 안 빠집니다. 즉 긴장하고 예민해져야 한다는 얘기이고 그러려면 내 마음이 헐겁고 여유로워선 안 됩니다. '누군가와 사랑에 빠졌다' '모욕 당해서 분하다' 등의 강력한 계기가 있어야 합니다. 하지만 몸이란 건 습관의 결과물이기에 계속 헐렁한 상태면 나이 들어서도 살 쪄있고 그러면 어느 날 문득 그냥 '퍼진 아줌마'가 돼버려 이젠 더 이상 만회할 힘도 없어지고 맙니다. 그래도 괜찮습니까? (캣우먼)
임경선 칼럼리스트(askcatwoman@empa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