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위원회가 최근 임영록 KB금융지주 회장에 대한 징계 수위를 '직무정지 3개월'로 최종 확정하면서 KB금융은 큰 혼돈에 빠졌다. 국민은행장에 이어 KB금융지주 회장마저 경영공백 상태에 놓이는등 초유의 상황을 맞고 있기 때문이다.
가장 걱정되는 것은 경영공백 상태가 장기화할 가능성이 크다는 점이다. 임 회장은 사퇴를 거부한 채 법적 대응도 불사하겠다는 입장이지만, 일단 3개월 동안 직무를 볼 수 없게 됐다. 더욱이 안팎으로 사퇴 압박에 시달리고 있어 KB금융의 경영 차질은 불가피해 보인다.
금융감독원은 15일 국민은행 주전산기 전환사업과 관련해 KB금융지주 임영록 회장 등 4명을 검찰에 고발했다. KB금융지주 이사회도 이날 임 회장에 대해 사실상 자진 사퇴를 권고하기로 의견을 모았다.
한때 리딩뱅크로 주목받던 KB금융이 잇따른 악재로 그 위상이 흔들리고 있다. 왜 이렇게 됐을까. 막장 드라마처럼 이어지는 KB금융 사태의 근원은 국민은행 전산시스템 교체가 단초로 작용했다. 이건호 전 행장은 KB금융의 전산시스템을 IBM에서 유닉스로 바꾸는 것과 관련해 금감원에 신고하는 돌출 행동을 보였다. 경영진 스스로 문제 해결 능력이 없음을 단적으로 보여준 셈이다.
KB의 권력 다툼이 장기화되면서 국민은행 실적은 올해 상반기 하위권으로 떨어졌다. 올 상반기 국민은행은 5462억원의 당기순이익을 올렸다. 당기순이익 규모만 보면 국민은행보다 총자산 규모가 훨씬 작은 기업은행(5778억원)에도 못 미친다. 시장점유율도 뚝 떨어졌다.
이 때문에 KB금융의 신뢰 회복과 경영 정상화가 무엇보다 시급하다. 또 이번 사태를 계기로 낙하산 인사의 적폐를 뿌리 뽑아야 한다. 배우만 바뀌고, 역할은 그대로라면 아무 소용이 없다. 명실상부한 글로벌 금융으로 성장할 수 있도록 신뢰 회복과 인사에서 새 틀을 짜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