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미국에서는 '그랜플루언서(할머니·할아버지+인플루언서)' 열풍이 불고 있다.
그랜플루언서는 노년층들이 요리나 자동차 수리, 패션, 건강 등 다양한 주제로 영상을 찍어 공유하면서 젊은층으로부터 큰 호응을 얻고 있다. 인생 선배가 전해주는 꿀팁에 열광하고, 나이와 상관없이 새로운 일에 도전하는 모습에 응원을 보내는 것이다. 국내에서도 '그랜플루언서' 열풍의 움직임이 감지되고 있다.
20일 업계에 따르면 현대모비스 퇴직임원 모임인 '현모회'를 주축으로 한 디지털 책쓰기 동호회 '현우회'가 지난 6월 발족했다. 현모회 회원수는 600여명에 이른다.
현우회는 현대차 주요 계열사 3곳(현대차, 기아차 및 현대제철) 퇴직임원 중 글쓰기에 관심있는 회원들로 결성된 단체로 격주로 오프라인 공간에 모여 출판사, 전문 작가, 교수 등의 코칭을 받으며 글쓰기 실력을 닦고 있다. 이들은 요즘 '1인 1책 출간'에 도전하고 있다. 인생 2막을 쓰고 있는 이들의 지식과 경험담이 후배들의 성장에 밑거름이 될 수 있도록 기록으로 남겨 물려주려는 목적이다.
회원들은 스마트폰과 같은 디지털 기기로 옛 문헌이나 사진 자료 등 글쓰기에 필요한 재료들을 수집하고 이를 책 쓰기에 활용하는 과정도 배우고 있다. 뿐만 아니라 구글 드라이브를 활용, STT(Speech To Text) 기법으로 일일이 타이핑을 하지 않고도 글을 씀으로써 책 쓰기 시간을 혁신적으로 단축하는 기법도 학습하고 있다. 전에는 몰랐던 새로운 스킬들을 배우고 활용하니 새삼 도전 의욕이 솟구친다는 게 회원들의 전언이다. 현대모비스도 선배 퇴직자들이 책을 출간하는 데 적극적으로 지원하고 있다.
동호회 발족 이후 첫 작품도 나왔다. 박용호 전 현대모비스 해외영업 실장(이사)이 지은 ' 뜨겁게 전진하고 쿨하게 돌아서라'가 오는 22일 출간을 앞두고 있다. 이 책은 교보문고, 예스24 및 알라딘에서 인터넷 예약 판매를 시작했다.
이 책은 현대그룹과 현대차그룹에서 31년 간 직장 생활을 한 박 전 실장의 진솔한 인생 스토리를 담은 자전적 에세이다. 박 실장은 현대모비스 퇴직 후 중소기업으로 옮겨 6년간 일하며 회사 대표를 역임한 경력도 있다. 책에서는 이 모든 과정을 인생1·2·3막으로 나눠 다루고 있다.
한 사람의 인생에서 메인 무대가 되는 직장 생활에서의 현실적인 애환과 부침, 도전과 성취감 등이 생생히 담겼다. 지금 막 사회 생활을 시작한 이나, 오랜 회사 생활로 심신이 피로한 모든 직장인에게 험로를 거쳐온 인생 선배의 담백하면서도 당당한 목소리가 전달되는 책이다. 박 실장에 따르면 책은 지난 3월부터 쓰기 시작했고 동호회 활동을 통해 최종 발간까지 많은 도움을 받았다고 한다.
첫 작품 출간을 계기로 책쓰기 동호회는 개인의 자아실현을 이루고 직장 생활에서 느끼지 못했던 성취감을 많은 사람들에게 전달할 수 있도록 더욱 왕성한 활동을 이어갈 방침이다. 과거 대한민국 산업의 역동기를 몸소 겪은 선배 시니어들의 뜨겁고도 차가운 인생 스토리가 책을 통해 후대에 영원히 기록된다면 대한민국 사회 발전에도 보탬이 될 수 있다는 바람도 전해진다.
현대모비스 관계자는 "책 출간이 활발해지면 이를 지식자산화해 임직원들의 교육에도 적극 활용할 방침"이라며 "현대모비스가 현재의 위상을 갖게 될 때까지 열악한 환경에서 고군분투하며 해외에서 대형 수주를 이뤄낸 사례나 황무지 같은 거점에 현지 공장을 세운 경험담 등은 후배 직원들에게도 소중한 자산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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